박현준(현호) 위원(경제사회노동위원회 근로자 대표, 고용정책 심의회 근로자 대표)은 지난 18일 여의도역 인근 신안산선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를 이유로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또 묻습니다. 왜 또 죽었습니까?"라고 강하게 반문을 제기했다.
또한 박현준 위원은 "한국형 산재는 노동부를 넘어서는 차원의 국정과제로써 특단의 결심이 요구된다"면서 "사회 전체의 산업안전 시스템 전환을 위한 종합적 중장기 시행과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다음은 박현준 위원의 기고문 원문이다.
<원문>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또 묻습니다. 왜 또 죽었습니까?”
“감독했는데 또 죽었다”
박현호/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회의 위원(비정규직)
신안산선 사고가 드러낸 국가 산재 시스템의 실패
서울 여의도역 인근 신안산선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또 목숨을 잃었다. 12월 18일 오후 1시 20분 무렵, 지하 약 70m 터널 구간에서 상부에 고정돼 있던 30~40m 길이의 철근 구조물이 갑자기 낙하했고, 콘크리트 타설 차량을 운전하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철근 구조물에 깔려 심정지로 이송된 뒤 결국 사망했다. 현장에서는 다른 작업자들도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고가 난 곳은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신안산선 4-2공구로 알려졌다. 회사 대표는 현장을 찾아 “변명의 여지 없다”는 취지로 사과했고, 고용노동부는 법령에 따라 해당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경찰·노동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노동부는 이미 2025년 7월, 포스코이앤씨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되자 “전 현장 불시감독”을 지시했고, 대대적인 감독 착수 방침까지 밝혔다. 그 ‘경고’ 이후에도, 같은 회사가 맡은 대형 SOC 현장에서 또 사람이 죽었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단순히 “현장이 안전수칙을 지켰는가”가 아니다. 국가가 알고도 막지 못한 이유, 다시 말해 국가의 산재 예방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못했는가가 본질이다.
감독은 있었지만, 위험을 멈추지 못했다.
불시감독은 대체로 “지금 이 순간”의 안전모·난간·표지·서류상 위험성평가 등 형식 요건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대형 철근 구조물의 설치·거치·고정 상태가 무너지는 사고는, 특정 시간·특정 공정 전환의 순간에 위험이 폭발한다. 감독이 현장에 없을 때 터지고, 감독이 현장에 있더라도 “위험 공정 자체를 중단·재설계”하게 만드는 권한과 체계가 약하면 막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위험을 만드는 결정이 현장 밖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지하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공정일수록 공정 병행과 공기 압박은 커지고, 위험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공기·원가·공정 결정권은 본사·발주 구조에 있고, 현장의 노동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으로 일하게 된다. 그 결과, 감독이 “안전조치 미비”만 적발해도, 공정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사고는 되풀이된다.
민자 SOC의 책임 공백 : 관리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다.
신안산선은 민간투자사업 구조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구조에서 책임은 종종 “현장(원청·하청)”으로만 떨어지고, 공기·비용·계약 조건을 사실상 좌우하는 발주·관리 라인은 ‘관리했다’는 말만 남기기 쉽다. 결국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기를 조정하라”는 결정을 누가 언제 어떻게 내렸는지, 위험 공정에 대해 누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는지가 불분명해지면, 사고가 나도 시스템은 스스로를 보호한다. 안전을 ‘관리’하는 기관이 안전의 ‘책임’에서는 빠지는 순간, 현장만 처벌하고 구조는 남는다.
국가 산재대책이 바뀌어야 한다 : 사후처벌에서 사전통제로
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수사에 착수한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산재대책은 오랫동안 “사후 처벌 강화” 중심으로 반복돼 왔다. 이 방식만으로는 “경고 이후에도 또 죽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 이제는 국가가 사고 이전에 위험 공정을 멈추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첫째, 고위험 공정 사전 승인제(사전 행정 통제)가 필요하다. 대형 철근 구조물 설치·거치·해체, 심도 깊은 지하 작업, 낙하·붕괴 위험 공정은 ‘서류상 위험성평가’로 끝낼 일이 아니다. 공정별로 사전 승인 없이는 착수할 수 없게 하고, 승인 과정에서 고정·가설·작업 동선·상하 동시작업 금지·대피 계획·감시자 배치·안전비용 집행 등 핵심 요건을 강제해야 한다.
둘째, 반복 사고 기업에 대한 ‘공기 재설계 의무’가 필요하다. 동일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된다면, “또 점검하겠다”가 아니라 공정 자체를 바꾸게 해야 한다. 사고가 난 기업이 공기를 더 압축할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라면, 안전은 결코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사고가 나면 공기가 늘어난다”는 규범이 제도에 새겨져야 한다.
셋째, 민자 SOC의 발주·관리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 위험 공정을 알고도 공기·비용 조건을 방치했다면, ‘관리기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현장만 처벌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안전은 현장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계약과 일정과 예산이 만드는 정책 문제다.
넷째,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사람은 현장 노동자다. 그러나 하청 구조에서는 “멈추면 불이익”이 돌아온다. 하청의 중지 요구가 곧바로 작업중지로 연결되고, 불이익을 주면 원청과 발주 라인까지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감독했는데 또 죽었다’는 말은, 노동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산재 시스템이 “사고를 막는 힘”을 갖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의 산재대책은 “사후 수사”를 넘어서 사전 통제—공정과 계약을 바꾸는 국가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 신안산선에서의 죽음이 또 하나의 통계로 끝난다면, 다음 현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람이 죽을 것이다. 국가가 바뀌지 않으면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또 한번 김영훈 노동부장관에게 부탁한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말해야 한다. ‘한국형 산재’는 노동부를 넘어서는 차원의 국정 과제로써 특단의 결심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노동부장관에게만 말해서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산업안전 시스템 전환을 위한 종합적 중장기 시행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복잡한 만큼 국가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해결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사월드뉴스 제공>